시아버지 죽다

마당 2004. 2. 12. 20:33
사람은 제 할 도리 다 하고 제 노릇 다 하고 살아야 한다.
이것이 요 며칠, 더 더 절실하게 깨달은 요점이다.

혼자 사흘 동안 대굴대굴 구르며 앓다가 신체의 구멍이란 구멍에선 모두 피를 뿜으며 임종도 없이 돌아가신 시아버지.
잠시 후에 그 시신을 직접 본 막내만이 다소 슬퍼했을 뿐...한결같이 약속이라도 한 양 입을 모아 잘 죽었다고 하니...동기간들마저도...이런 상가가 있을까.
한평생 당신의 즐거움을 위해 계집과 계집을 전전하고 노름과 술로만 살아온 세월의 뒤끝은 그렇게 허망한 것이었다.
그런 순간에조차도 또 돈과 계집을 생각하며 허망한 꿈을 꾸셨을 그 양반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막내가 보여주는 휴대전화기...여기저기 피가 묻어 있다.
최후의 순간에 막 피를 쏟으며 얼마나 당황하게 여기저기 번호를 눌러댔을 것인가, 그 모습이 선하다.

입관할 때...눈을 꼭 감고 있는 얼굴은 깨끗이 닦아서 더 이상 피의 흔적은 없지만 거뭇거뭇한 색깔이 그 양반의 험하게 산 흔적을 나타내고 있었다.
어차피 다 죽는 건데, 죽는 순간에 가족들에 둘러싸여 편안하게 가면 좋을 것을, 다 자초한 일이기는 하지만 너무 안 됐다.
그래...우리는 그렇게 살아야지.
내가 떠날 때 누군가 부여잡고 싶어지도록 그렇게 살아야지.

아들 셋이 남보다는 조금 슬프겠지만, 살아서 그랬듯이 죽어서는 더 쉽게 잊혀지겠지.
가끔 산 위에 올라앉아 쓸쓸히 계실 그 양반 생각하며 오가는 길에 꽃이라도 하나 꽂아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죽어서는 편히 쉬소서...!
Posted by 구름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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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해결

청소 마친 사랑방 2004. 1. 27. 19:10
포맷으로도 해결 안 되고.
아무래도 내일은 용산에 가서 보드 AS 받아야 할 듯.
보드 상주 바이러스의 침입이 있었던 것 같은데, 백신으로도 해결 안 될 이 놈의 바이러스, 그래, 너 잘 났다.
만약...AS로도 안 되면 아예 보드를 갈아야 할 판이니...ㅠㅠ
나, 돈 없는데, 제발 그럴 일은 없었으면!!!!!!

그런데, 컴퓨터 없이 며칠 지냈더니 갑갑하기는 한데 한 편으론 편하더라.
조금은 심심한 자유...?
Posted by 구름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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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청소 마친 사랑방 2004. 1. 23. 19:09

새해 첫날부터 컴퓨터가 멈추었다.
종일 밖에 있다 밤에 들어와 다시 시도했는데도 마찬가지다.
포맷을 결정하기 마지막으로...이 아침에 컴을 뜯어내서 말갛게 목욕시켰다.
닦고, 불고, 조이고, 찬찬히 다시 살펴보면서...제발 조금 더 쓸 수 있기를, 포맷은 너무 잔인한 일이니...(내 컴의 프로그램 모두 새로 깔고 설정하고 하려면 꼬박 3일이 걸릴 터이니)
지금 시험 운행 중인데...그럭저럭 아직까지는 먹통이 되지 않고 있다.
부디...부디...요대로만 가거라.
까짓 기계 때문에 새해 첫날의 많은 계획(? 너무 거창하게 말하기는 하지만)이 망그러졌다.
아무래도 우리는 너무 기계에 의존하는 게 아닐까...?
Posted by 구름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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