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 해당되는 글 238건

  1. 2004.03.20 설사 by 구름할망
  2. 2004.03.16 발치 by 구름할망
  3. 2004.03.15 생일 지내기 by 구름할망
  4. 2004.03.14 생일 by 구름할망
  5. 2004.01.17 더 배울 것 by 구름할망
  6. 2004.01.14 나의 가치 by 구름할망
  7. 2004.01.12 주부는 근무 중 by 구름할망
  8. 2004.01.09 두통 by 구름할망

설사

안방 2004. 3. 20. 11:53
간밤엔 비교적 일찌감치(12시) 자리에 누웠으나 한 일도 없으면서 지쳐 버린 몸둥이는 많이 뒤척여야 했다. 그리고 새벽, 배를 감싸쥐고 네 번이나 화장실을 들락날락. 휴~ 기운이 좌악~ 빠져 버렸네. 왜 사냐건 그냥 웃고 말어? 웃는 얼굴 그려붙이고 버티는 게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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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치

안방 2004. 3. 16. 11:47
오른쪽 아래 어금니는 윗 부분 조금 썩어 아프기 전에 치료를 했을 뿐인데 일요일부터 치솟아 오르는 것 같이 거북살스러웠다. 아마 피곤해 그러려니, 이내 괜찮아지려니 하고 말았는데 사흘째인 오늘 오후에는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릴 때 아팠던 이후로 턱 잡고 절절 맬 정도로 아픈 게 처음. 할 수 없이 물결이가 학교 끝나자 데리고 치과에 갔다.

작년에 그렇게 열심히 치료하여 말끔하게 했었는데... 의사가 보더니만 반 년 사이에 갑자기 많이 나빠졌다고. 엑스레이까지 찍고나서 설명을 해주는데...턱뼈가 많이 녹아내려 이 뿌리가 간신히 걸친 형국. 세균이 뼈를 깎아 그렇다네. 열심히 열심히, 정말 열심히 이를 닦고 하는데 왜 그러냐니까...입 안은 어차피 세균이 늘 사는 거지만, 스트레스 같은 것 심하면 세균에 저항하는 힘이 약해져 그렇다면서 치아도 마음이 편해야 튼튼하다는 말. 정말 별 게 다 스트레스야... 하긴 결혼 후 1년 지났을 때부터 치아보다는 잇몸 때문에 고생을 해왔는데, 내가 그렇게 견디기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인가, 나의 일상이? 어디가 아프건 병원에 가면 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하니 원. 도대체 나더러 어찌 살라는 말인고? 좌우간 잠시 약 쓰고 아픈 것만 넘겨봤자 흔들리는 거야 어쩔 수 없고, 며칠 안 돼 다시 아플 것이므로 다른 치료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한단다.

그래서 결국은 어금니를 뽑고 말았다. 지금 막 뽑고 오는 중. 아직은 마취 기운이 있어 얼얼한데, 조금 있으면 마취 가셔 되게 아프겠지? 어려서부터 마취가 유난히 잘 안 돼서 편도선 수술이건 맹장 수술이건 애를 먹이더니만 오늘도 마취가 안 돼 뽑다 말고 다시 마취하고...그랬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기분 참 더럽네. 어찔어찔해서 좀 누워야겠다. 뜨거운 것 먹지 말고 더운 데 앉거나 눕지 말고 더운 물 쓰지 말고...아무튼 뜨거운 것은 무조건 피하라니...나는 오슬오슬 추운데 말이다. 에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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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지내기

안방 2004. 3. 15. 11:43

15년 전...결혼하고 처음 맞은 생일날, 아버지가 건네 주시던 은수저를 꺼낸다. 아버지 손으로 꽁꽁 포장을 하여 주시던 그것... 지금도 그 포장지 그대로 있다. 아버지의 체온이 남아 있는 것. 아버지의 손 모양이, 손톱 모양이 떠오른다. 킁킁 냄새를 맡아본다. 어린 시절 그 팔 베고 누워 겨드랑이에 코 묻고 맡던 냄새가 나는 듯하다.

어제는 자는 놈을 두고 오빠네 갔다. 주례 때문에 나간 오빠는 코빼기도 못 봤지만, 효진이도 나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서 배불리 먹고 간 라면 때문에 다른 것 못 먹겠다니 올케가 케익과 김밥을 사왔다. 아는 이가 새로 개업한 김밥집, 이 기회에 팔아줘야 한다면서. 맛나게 먹었다. 배부르게 먹었다. 놈이 깨서 찾았다. 보문동 와 있다니...자기는 라면을 먹는 중이라나? 후후...마누라 생일날 혼자 라면을 끓여먹는 남자...어째 그렇게 살까? 우리는 배가 불러 걷기도 할겸 나가자고 했다. 버스를 타고 인사동으로. 연지곤지에서 세일을 해서 5천원짜리 가방 두 개 올케랑 각각 사자고 들어갔다가는, 나는 놈 겨울 누비한복 사고 올케는 한복 구두와 치마한복 샀다. 내가 놈 것 산다고 올케가 눈을 흘긴다. 남편 먼저 챙긴다는 마음보다는, 어차피 다음 겨울이면 새로 사야 할 것, 세일하는 것 보는 김에 사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었다. 안 그러면 내년에 들들 볶일 것이니까. 그런데 올케가 돈을 냈다. 집에 와서 주려고 해도 굳이 안 된다 했다. 이런! 그렇다면 괜히 샀네. 그저 눈으로 찍어만 보고 하루 이틀 뒤에 혼자 가서 슬쩍 사고 말 것을. 정말이지 속이 더부룩하게 미안하다. 연지곤지에서 나와 인사동 길을 걸었다. 올케가 웬 집으로 불쑥 들어가더니 귀걸이를 고르란다. 며칠 전에 집에 갔을 때도 생일 축하라며 봉투 하나 주더니, 오늘은 놈 한복에 내 귀걸이라...이거, 이중 착복인데. 본시 누구한테건 주는 거 좋아하는 나는, 이렇게 자꾸 받으면 영 거북해진다. 그러나...올케랑 나란히 다니면서 쇼핑을 하는 것도 처음 일이라 우선은 즐겁다. 킬킬킬 웃으며 구경하며...남수네 카페에 갔다. 이층에 묶여 있는 강산이는 그 동안 더 커서 예뻐졌고, 남수가 부화시켰다는 문조가 여기저기 포로롱 날아다니니 효진이가 즐거워한다. 올케는 뽕잎차를 마시면서...이런 게 좋아지니 나이 먹는 게 맞는가 보다고... 남수도 생일 축하한다면 도자새 호드기 목걸이를 하나 준다. 돌아오는 길에, 효진이가 또 귀걸이를 사주겠다고 하여 거미줄에 나비 갇힌 모양의 귀걸이를 샀다.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고 올케가 그런다. 오늘 받은 두 귀걸이 하고 다니려면 아무래도 이제 옷 좀 신경써 입어야겠네.^^

다시 보문동 들렀다 집에 오니 8시 반. 한복을 보니 입이 찢어지는 놈. 상의가 약간 팔이 긴 것 같지만, 워낙 팔이 짧아 그러니 어쩔 수 없고, 잘 맞는다. 이내 호성이가 엄마와 함께 쳐들어왔다. 화이트데이라고 물결이한테 사탕바구니 하나 전한다. 짜식들... 갑자기 내 친구들 생각이 난다. 해마다 생일 열심히 챙겨주던 그 애들, 올해는 아예 전화기를 꺼 버려 아무 소리도 안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애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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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안방 2004. 3. 14. 11:40
47년이나 된 오랜 옛날. 개화되신 내 아버지는 내 생일을 양력으로 올려주셨다. 그래서 자라는 과정에서 친구들 앞에서 어지간히 으쓱댔었지. 음력을 따지려면 양력 달력 숫자 아래 깨알 같이, 그것도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적혀 있는 그 날짜들 때문에 일일이 하나하나 짚어가며 세어야 했던 우리는, 양력의 내 생일을 모두 참 부러워했다. 그리고 십여 년 전부터...결코 내 생일 외에는 아무 날도 아닌 그 날이, 단지 Valentien'sDay 보다 딱 한 달 늦다는 이유로 장사꾼들이 상술에 의해 WhiteDay라고 만들어서 사탕을 남자로부터 받는다는 해괴한 날이 되었다. (사실 내 대학 시절에도 있었지만 거의 관심은 안 가지고들 있었지) 전세계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있는 명절(?)이라던가? 아무튼 그 후로 걸핏하면 나는 생일 선물로 나이에 어울리지도 않게 사탕을 받아야 했고, 오늘도 물결이가 예쁜 막대사탕을 사모아 하트 모양의 상자에 담아 내게 내밀었다. 여학생들의 "사탕 주세요, 선생님!" 공세 때문에 놈이 내 생일을 잊지 않는다는 좋은 점은 있는데...기억만 하면 뭐 하나? 내 생일이고 결혼기념일이고...제 날짜, 제 시간에 집에 있어본 적이 없는 놈이니 기억하는 건 아무 관계가 없다. (혹자는 기억이라도 해주니 얼마나 좋냐고 하지만, 기억하고 싶어 하나, 어거지로 해야 하는 거지...) 어제도 놈은 일산의 이모님 생신잔치에 갔고(물결이 감기가 심해서 나는 물결이 데리고 가지 못 했다), 결국 아침에 술내 팍팍 풍기며 들어와 "생일 축하해!" 한 마디 하고 고꾸라져 내내 코를 곤다. 그게 오히려 나는 편하지. 마음에 별로 없는, 그리고 기껏 그런 날에나 호들갑 떠는 것이 더 견디기 어려우니.

오늘은 또한 숙경이의 생일이다. 그녀의 음력 생일과 겹쳐 버린 것이다. 숙경이, 성모, 미옥이...전화 올지도 모르고, 갑자기 쳐들어온다고 할지도 몰라 일찌감치 전화는 꺼놨고...에 또, 그냥 서울로 날아 버리려고 생각 중이다. 친정으로. 아버지도 어머니도 안 계신 친정이지만, 그리고 오늘은 결혼식 주례를 서느라고 바쁜 오빠지만...그래도 난 거기 가 앉아 있는 것이 제일 마음이 편하다. 결혼하고 열다섯 번 맞는 생일이지만...언제나 과부처럼 딸내미 하나 끌어안고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보내고 말았다. 놈은 늘 오밤중이 되어서야 사탕, 혹은 꽃(딱 한 번)을 들고 나타났고, 간혹 놈 친구들이 기억을 해서 찾아오는 정도이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저 편하도록 이것저것 챙겨주니 제일 감사해야 하건만 그런 생각은 거의 안 하는 것 같고, 나 또한 저 남자 만나게 된 원인이 생일인 것만 같아 기분 우울해지니...잘 됐지 뭐.

어쨌든...물결이 데리고 병원 들렀다가 서울 가야겠다. 올케도 비실비실하는데 거기서 뭐 맛난 거 해주는 거 미안하여, 함께 외식이나 할까? 이구, 올케가 외식 싫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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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울 것

안방 2004. 1. 17. 19:06
50년 가까운 세월을 채우고도 아직도 부족했나...
산다는 것, 사람이라는 것에 진저리가 나니...무얼 얼마나 더 배워야 하는 걸까...
영영 배울 수 없는 걸까...
왜 이리 휘둘리는 거지...?!...
진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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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치

안방 2004. 1. 14. 18:53
잘난 줄 알고 살아왔다.
그런 내게 아버지는 헛똑똑이라 했다.
그 말씀을 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웃지 못 한다.
조금, 정말 조~금 알게 되었으니까.
그걸 알고서도 모르는 척 살 배짱을 나는 죽을 때까지 지닐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하여?
비참해지기 싫어서?
아니, 비참하게 보이는 것이, 여김을 당하는 것이 싫어서?
양말 목을 뒤집어 벗듯이 내 삶을 홀랑 뒤집어 버리면...그제사 나는 노염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나의 이용가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내가 시침 떼고 있는 한은, 나는 이용가치를 잃지 않을 것인가?
소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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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는 근무 중

안방 2004. 1. 12. 18:49
주 5일 근무?
주부는...5일 근무 안 되나?
아니, 5일 근무 안 되어도 좋으니 출퇴근 시간이나 있었음 좋겠네.
꿈도 야무지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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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안방 2004. 1. 9. 18:42

나의 계획을 세우고 나의 계획대로 하루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무너지면...알 수 없는 두통이 종일 나를 휘몰고 간다.
내가 내가 아니어야만 하는 시간들이 갈수록 고통스럽다.
참아나가는 능력도 젊어 힘 있을 때나 가능하다고 하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오늘은...내가 잠시라도 내가 되어 살 수 있을 것인가...
내일은, 모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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