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해당되는 글 208건

  1. 2004.03.02 섬展 by 구름할망
  2. 2004.02.28 미친 것들 by 구름할망
  3. 2004.02.25 컴퓨터 by 구름할망
  4. 2004.02.22 봄비 by 구름할망
  5. 2004.02.21 예향주 마시고파 by 구름할망
  6. 2004.02.14 추악한 욕심 by 구름할망
  7. 2004.02.12 시아버지 죽다 by 구름할망
  8. 2004.01.15 동무는 떠났다 by 구름할망

섬展

마당 2004. 3. 2. 11:34
어제는 막 봄이 시작된다는 느낌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 그런 날씨였다. 화창한 햇살, 다소 쌀쌀한 공기, 약간은 흙먼지가 섞인 듯한 바람... 우리 마을에서 설치미술 전시회가 열렸지. 설치미술을 유난히 좋아하여 열심히 다닌 내 덕에 이제 중2가 된 물결이도 제법 감상을 즐기기도 하고 사진도 제법 그럴 듯하게 구도를 맞춘다. 지난 겨울 대성리展에 처음으로 설치미술전을 가본 놈까지 함께 우리 마을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갔다.

내가 만약 기운을 내게 된다면...자그마한 작업실 하나 지어 물결이랑 같이 쓰기도 하고, ...그리고 설치미술이 하고 싶다. 온몸을 내던져 세상을 캔버스 삼아 구르고 싶거든...

포천 막걸리와 통돼지 바비큐를 곁들인 뒷풀이 후에 어둑어둑해서야 모두 해산하고서 우리 가족은 하정수 작가의 집에 갔다. 홍대 동문인 그의 부인과 또 두 사람, 우리 여섯이 앉아 맥주를 마시며 마구마구 떠들고 있는데...웬 아줌씨가 오겠다는 전화. 거기 모인 사람이 그 여자를 그저 한두 번 여기저기서 봤을 뿐 누군지는 모르는데, 오겠다니 어째...술 제일 안 마신 내가 데리러 나갔는데. 이구, 이미 거나해져서 시끄럽게 구는 1964년 생의 안하무인 아줌씨...졸지에 우리 자리는 파토로 치닫게 되었다. 아무나 붙잡고 야자 치며 설치는 그 여자 때문에 모두들 술이 확 깨서리... 나는 애들 셋이 놀고 있는 방에 숨어 버렸고, 한 여자는 그 아줌씨와 실갱이, 남자들 셋이서 그들을 달래느라고 모두 일어서 설치고 시끌벅적. 1시 넘어 집에 왔다. 알고 보니...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예술합네 하는 이들한테 얼굴 도장 찍고 친한 척 하고 하여...그런 행사 때마다 끼어들어서는 호들갑을 떠는 여인네인 모양이다. 물론 본인은 예술의 '예'자도 모르는데...어제 주워섬기는 이름들 들으니 화가, 조각가, 음악가...참 알기도 많이 알더구만. 어딜 가든 그런 이는 있게 마련이니까...그러나 우리 자리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것 보고 왔는데, 하정수 내외가 그녀를 과연 어떻게 처치했을지 궁금하네. 이따 한번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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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것들

마당 2004. 2. 28. 23:55

1년 가까이 벼르면서 미루기만 했던 스캐너를 드디어 샀다.
5년을 쓴 먼저 스캐너, 사진 한 장 뽑아내는데 10분이나 걸려, 그것도 나오기나 하면 고맙다 하겠지만...AS도 받고 하면서 그래도 잘 썼다, 그 동안.
그저 껍데기만 구경하던 그것을 들어내고 새 것 얹으니 눈은 새 것 말고 헌 것으로 향한다.
맘이 아프다.
물건이건 사람이건...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는 건, 보내는 이가 마음이 아프다...

드라이버 설치하고, 아예 웹사이트 가서 제품등록까지 마쳤다.
이제 스캐너는 찾는 이 없어 거의 없고 복합기만 팔린다더니...네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스캐너는 없었다.
할 수 없이 팩스니 뭐니 하는 것은 없는, 그나마 간편한 편인 스캐너, 잉크젯프린터, 복사 기능만 있는 것으로 샀다.
159,000원.
사실 별 것 아닌 돈이건만 이것을 사기 위해 1년을 망설였다.
아쉬워서 디카로 근근히 버티면서 그렇게...
그러니 펑펑 써대는 시동생들에게 화를 낼 자격 있는 거다, 나는.
오늘도 언뜻 그들의 얘기 나와서 놈한테 화를 팍 내고는...이 밤에 드라이버 설치하고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159,000원을 아까워해야 하는 내가 서러웠다.
아니 159,000원을 아까워하는 내가 돈버러지들 꼬라지를 말없이 참아줘야만 한다는 게 울화가 치미는 게다. 
놈은 내가 쓰는 159,000원은 하찮게 여기면서 제 동생들의 허영은 안쓰럽다고 열심히 보탠다.
내가 보기엔 이 놈이나 그 년놈들이나...다들 제정신 아니다!
미친 자들 생각하다 보면 나는 자꾸 보문동으로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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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마당 2004. 2. 25. 22:45
그저께는 내게 부추김을 받은 아원 언니가 복구CD를 이용해 드디어 윈XP를 새로 깔았는데 이것저것 자꾸 버벅거린다고 하여...할 수 없이 메신저 켜놓고 연신 보고 받고 설명해주고 했다.
필요한 파일들을 보내주면서 설치하는 요령도 알려주고.
근 두 시간 메신저 씨름 끝에 제대로 작동된다는 메세지.
휴~ 내가 어깨가 다 뻣뻣하다.
쫓아가 직접 보아주면 뚝딱 끝낼 것을 멀리서 설명만으로 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하지만...나이 쉰 셋에 스스로 포맷하고 OS 설치하고 한 아원 언니...아마, 그 밤에 기뻐서 잠도 오지 않았을 거다.
도움 되었으니 다행이지.

어제는 준호가 인터넷 안 된다고 어둑할 녘에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
아침부터 되지 않아서 메가페스, 이만희 선생 등...컴퓨터 아는 사람에게는 죄다 전화를 해대며 법석을 떨었다고.
결국 최후에 내게 온 것인데...
아무리 살펴봐도 기계적으로도, 설정으로도 이상은 없고, 메가페스도 이상은 없는 것 같고...갸웃갸웃 20분 정도 끙끙거리다가...케이블 건드리면 불빛 들어오다 끊기다 하는 게 수상쩍어 당장 나가 케이블 바꿔오라고 했다.
막 점방들 문 닫으려는 찰나 겨우 도착하여 케이블 하나 얻어왔다는데.
그거 꼽고 눈 동그랗게 뜨고 긴장해서 들여다보고 있자니...어, 어, 들어온다, 들어온다...!
익스플로러 여니 낯익은 야후 페이지.
헤헤, 그러면 그렇지.
그 때부터 준호는 다시 여기저기 전화하여 인터넷 된다고, 죽는 소리 취소를 했다.
그리고 컴퓨터 정리 좀 해달라기에 이것저것 지우고, 새로 설치해주고...말끔해진 후에 영화 다운해서 보기를 즐기는 준호를 위해 최신코덱과 영화 보는 프로그램까지 바꿔줬더니 입이 벌어졌다.

오늘은 아침 일찍 아원 언니가 찾으려 했던 파일을 어떤 사이트의 자료실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기에 다시 메신저로 그 파일 둘을 보내줘야 했다.
그리고 놈 노트북을 정리했다.
또한 놈이 영화를 보도록, 각 포맷에 따른 프로그램을 두 개 설치해줬다.
제자들 사진도 넣어서 화면보호기도 해주고...
앞으로 한참은 아쉬울 것 없으리라.

내일은 도석이 아들내미 대원이를 위해 조립 부탁한 컴퓨터가 온다고 한다.
그거 받아들고 가서 설치해주는 역할이 내게 주어졌다. 
놈은 회식 때문에 꼼짝 못 한다고.
하긴 놈이 있어봤자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지.
새 거 설치하고 거기에 필요한 프로그램들도 이것저것 깔아줘야 할 것이고, 먼저 거 포맷해서 쌈빡하게 새 컴퓨터를 만들어주기도 해야겠고...또 몇 시간을 컴퓨터와 씨름을 하게 생겼다.

7년 전...처음으로 2.1G 짜리 하드 달린 펜티엄 사서 컴퓨터라는 것을 본 것이 그 때가 처음이었다.
막 나온 윈도우95가 깔려 있었는데...그걸 혼자 씨름하면서 몇 번을 날려먹고 다시 설치하고, 하다가 안 되면 놈 제자인 동철이, 또 시사촌 종진이에게 전화를 해대면서...썼던 기억이 난다.
컴퓨터 산지 딱 석 달만에 겁없이 웹사이트 만들어 떡하니 올려놓고 혼자 으쓱대던 거 하며...
그 후로 돈 될 때마다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면서, 이것저것 연습해 터득하면서 여기까지 온 거다.
이제 누구든 나에게 SOS를 친다.
그리고 달려가서 실패한 적이 없다.
하지만...이제 그들은 물론 내 것마저도, 컴퓨터라는 것 없애고 싶다.
정작 없애면 제대로 살아낼지 모르지만...머릿속에 이것저것 집어넣은 지식이 간혹 나를 숨막히게 한다.
몽땅 잊어 버렸으면, 그저 말갛게 무식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나의 삶이라는 것이 몽땅, 지난 50년 가까운 세월은 언제나 집중하고 파고들어 터득한 온갖 잡동사니들의 모음 아니던가.
그런 것들로 터질 듯 무거운 머리통을 이고 앞으로도 계속 갈 것을 생각하니 기가 턱턱 막힐 지경이지만, 생겨먹은 성질머리로는 설령 다 비워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할지라도 다시 꾸역꾸역 채워넣을 것이 분명하다.
어쩔 수 없지 뭐...
그런데 정말...그냥...지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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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마당 2004. 2. 22. 08:40
밤 늦게 술 취한 목소리의 은례엄마가 엉엉 울면서 전화를 했는데도, 내가 보고 싶어서 전화를 했노라며 그렇게 우는데도 가지를 못 했다.
남편이 행방불명된지 반년이 넘었으니...하나 뿐인 딸을 데리고 그나마 남편이 진 빚에 지나치게 허덕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단 이혼을 해야 할 거란 얘길 두어 달 째 듣고 있었는데...이제 그 결심이라도 한 거 아닌가 싶다.
마음은 당장 쫓아가 달래고 싶은데, 내가 내가 아닌, 구성원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 때문에 늦은 밤에 선뜻 나서지를 못 한 것이다.
그저 매일 하는, 하루쯤 빼먹어도 별로 대단한 것 아닌, 우리 식구 챙기는 그 일상 때문에...빌어먹을!

밤새 그녀의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뒤척이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 했는데...
분명 밝아야 할 시각임에도 아직 어둑하기만 한 창.
슬며시 일어나 열고 내다보니...맙소사, 비가 내린다.
봄비.
처음 내리는 봄비.
꼭 그녀의 눈물만 같은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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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주 마시고파

마당 2004. 2. 21. 02:15
예술촌 다녀왔다.
연일 계속되는 과음에 죽겠다는 놈을 그래도 끌고 갔다.
자기 놀 땐 내가 아프건 말건 가자고 하니 나도 한 번쯤은 배려의 문을 딱 닫고 내 멋대로 끌고다니고프다.
가서 예향주 마시니 그 술힘으로 다시 정신이 드나부다.
나두 마시고 싶은데 운전 때문에 어림없었다.

촌장님이 여전히 강력하게 등단을 권하셔서...이래저개 코웃음만 치던 놈의 의견을 눈 딱 감고 구했다.
촌장님 말씀에...저도 더는 웃지 못 한다.
그저 남의 말이라면...ㅉㅉㅉ
그런데 내가 등단하면 뭐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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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욕심

마당 2004. 2. 14. 22:29
욕심을 움켜쥐고 아등바등대다가도 한 순간 가면 끝인 것을...모든 죽음 앞에서 그런 깨달음이야 있지만 이번에는 그 허망함이 더 절실했다.
단지 당신 스스로만을 위해 신나게(?) 살던 죽음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고도 절대 신나지만은 못 한 죽음, 아니 오히려 그랬기에 더욱 쓸쓸하고 비참했던 죽음...
그런데 그것마저도 느끼지 못 하는 이들도 있다.
죽음 뒤에서 비싼 물건 자랑하고 탐내고 주고 받고...그걸 들고 희희낙낙하는 모습이 참으로 추하고 딱하다.
그래...재주 있으면 천년 만년 살거라.
재주 있으면 죽을 때 다 쥐고 가거라.
...갑자기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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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 죽다

마당 2004. 2. 12. 20:33
사람은 제 할 도리 다 하고 제 노릇 다 하고 살아야 한다.
이것이 요 며칠, 더 더 절실하게 깨달은 요점이다.

혼자 사흘 동안 대굴대굴 구르며 앓다가 신체의 구멍이란 구멍에선 모두 피를 뿜으며 임종도 없이 돌아가신 시아버지.
잠시 후에 그 시신을 직접 본 막내만이 다소 슬퍼했을 뿐...한결같이 약속이라도 한 양 입을 모아 잘 죽었다고 하니...동기간들마저도...이런 상가가 있을까.
한평생 당신의 즐거움을 위해 계집과 계집을 전전하고 노름과 술로만 살아온 세월의 뒤끝은 그렇게 허망한 것이었다.
그런 순간에조차도 또 돈과 계집을 생각하며 허망한 꿈을 꾸셨을 그 양반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막내가 보여주는 휴대전화기...여기저기 피가 묻어 있다.
최후의 순간에 막 피를 쏟으며 얼마나 당황하게 여기저기 번호를 눌러댔을 것인가, 그 모습이 선하다.

입관할 때...눈을 꼭 감고 있는 얼굴은 깨끗이 닦아서 더 이상 피의 흔적은 없지만 거뭇거뭇한 색깔이 그 양반의 험하게 산 흔적을 나타내고 있었다.
어차피 다 죽는 건데, 죽는 순간에 가족들에 둘러싸여 편안하게 가면 좋을 것을, 다 자초한 일이기는 하지만 너무 안 됐다.
그래...우리는 그렇게 살아야지.
내가 떠날 때 누군가 부여잡고 싶어지도록 그렇게 살아야지.

아들 셋이 남보다는 조금 슬프겠지만, 살아서 그랬듯이 죽어서는 더 쉽게 잊혀지겠지.
가끔 산 위에 올라앉아 쓸쓸히 계실 그 양반 생각하며 오가는 길에 꽃이라도 하나 꽂아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죽어서는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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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는 떠났다

마당 2004. 1. 15. 18:55
그 애가 갔다.
딸아이가 학교 휴학까지 하고 열심히 간호했건만 끝내 갔다.
아들아이 대입시 걱정을 그렇게 하더니만 그거 다 끝나니까 갔다.
사위도 며느리도 못 보고, 그래서 손주도 못 보고, 더 늙기 전에 고운 모습으로 그렇게 갔다.
마흔 여덟을 병상에서 맞고...치마꼬리 잡는 어린 것 없다는 것으로만 안도하면서...
먼저 가고 다소 늦고 무슨 차이 있겠는가.
어차피 네가 간 길 나도 갈 것인데.
손님맞이 준비를 좋아했으니...일찌감치 가서 친구들 맞이할 준비 꼼꼼히 해놓겠지...
그러나 하필이며 이 추운 겨울에...손 시려 발 시려 먼 길 어찌 갈까...
그래도...거긴 아픈 것도 없고 평안하겠지.
뒷짐 지고 우리를 내려다보며...잘 지내렴.
Posted by 구름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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